반응형

 

  1988년 일본, 신예 탤런트 ‘혼조 하루카’는 언젠가부터 밤이 되면 집 안에서 ‘다다다’ 하는 기분 나쁜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된다. 한편 도쿄에 새로 전학 온 고등학생 ‘가와이 기요미’ 역시 ‘고양이 집’으로 불리는 폐가에 들어갔다가 씻을 수 없는 저주를 겪는다. 이 모든 흉흉한 사건이 어느 한 단독주택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자 심령 연구가 ‘오다지마 야스오’는 본능적으로 그 집에 이끌리게 되고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2000년 비디오 영화로 시작된 [주온] 시리즈는 작품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전례 없던 장르 해석으로 탄생 직후부터 어마어마한 파급을 일으켰다. 그러나 파격적인 공포 연출은 자극적인 데 반해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가야코’와 ‘토시오’를 향한 시리즈의 집착이 대중들의 한심한 탄식을 불러일으켰다. [사다코 대 카야코]라는 해괴한 크로스오버로 J-호러도 이대로 사장되는 건가 하는 분위기가 확실시되었던 가운데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2018)]로 새롭게 촉망 받는 미야케 쇼 감독과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의기투합하여 [주온] 프랜차이즈의 리부트 시리즈 [주온 : 저주의 집 (呪怨 : 呪いの家, 2020)]를 세상에 내놓는다.

 

  재탄생한 [주온 : 저주의 집]은 그동안 극장판 시리즈가 놓친 게 무엇이었는지 일깨우게끔 한다. 시리즈에서 중요한 건 그저 창백한 아기 귀신 ‘토시오’와 목 꺾인 엄마 귀신 ‘가야코’로 대표되는 일시적인 충격 요법이 아니라 어째서 이토록 으스스하고 기괴한 괴담이 애써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파고드는 것에 있다. 비디오판이 첫 선을 보인 지 10년 전으로 회귀한 넷플릭스 시리즈는 그 의도를 증명하듯 세밀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탁월한 연출로 마치 인물들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숨쉬는 듯한 경험을 이끌어내며 콘크리트 살인사건이나 지하철 가스 테러 사건과 같은 실제 흉악 사건을 영화 속 사건과 일치시켜 화려함 속에 숨겨진 일본 사회의 이면을 들춘다.

 

  다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원작에서도 보여주었던 전개 방식이 보는 이들에 따라 혼란을 부를 수도 있고 노골적인 폭력 묘사와 가감 없는 고어 장면들이 편수마다 즐비되어 있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공포 영화 화법을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단 점에 있어서는 박수를 칠 만하지만 소름 끼치는 원혼과 마주하여 충격에 빠지는 배우들의 리액션은 여전히 과거의 연기에 멈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온 : 저주의 집]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욱 분명한 작품이다. 호러 팬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미니시리즈이며 호러 팬이 아니라도 한동안 추억과 낭만의 대상으로만 소비되었던 일본 사회의 과거를 이만큼 폭로한 공포물도 없었기에 충분히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