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 (1954)] Review
  • 2021. 5. 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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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날, 취재 도중 다리 골절 사고를 당한 사진 기자 '제프'는 6주 동안 집 안에만 머물러야 하는 불상사를 겪는다. 모험심이 강한 '제프'는 난데없이 찾아온 고립 생활에 따분함을 느껴 창문 너머 삶에 관심을 기울인다. 처음에는 그저 관망 수준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웃들의 별명을 남몰래 짓는 등 차츰 몰두해간다. 깊은 새벽, 창가에서 곤히 잠든 '제프'는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그날부터 건너편 집에 살던 '애나 쏜워드'의 자취가 사라지고 평소 금슬이 좋지 않았던 남편 '라스 쏜워드'가 미심쩍은 행동을 일삼는다. '제프'의 연인 '리사'와 간병인 '스텔라'는 남자의 억측을 무시하지만 '라스'의 연이은 행적으로 이들 역시 관음에 빠져든다.

     

      맨해튼의 어느 주택가를 배경으로 한 [이창 (Rear Window, 1954)]은 제작된 지 70여 년이 흐른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깃거리를 지녔다. 주인공 '제프'의 염탐으로 흘러가는 영화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사진 기자인 '제프'는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 정처 없는 삶을 꿈꾸는 반면 그의 연인 '리사'는 하루 빨리 '제프'와 결혼해 안정된 삶을 꾸려나가기를 원한다. 움직임에 제한이 있어 이웃을 훔쳐보는 '제프'를 두고 간병인 '스텔라'는 범죄 행위라고 일갈하지만 수상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그녀 역시 '제프'와 다를 바 없는 염탐꾼이 된다. 이로써 영화는 관음증, 남녀 관계, 소통의 부재 등 특별한 소재를 지닌 것 같으면서도 결국 현실과 맞닿아 있는 주제를 끄집어낸다.

     

      혹자는 관음하는 주인공을 두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지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누구나 깊은 심연에는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 영화를 통해 반박한다. 심증으로 한껏 격양돼 있던 인물들이 형사의 논리적인 반론으로 꺾일 때 망연자실하는 순간이나 '왜 이런 짓을 하느냐'는 특정 인물의 질문에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는 '제프'의 모습에서 감독의 견해를 알 수 있다. 주로 주인공의 시점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객들은 어떤 수를 쓰든 '제프'와 동일시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황이 어느 순간에는 완전히 전복되자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섬뜩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창]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적인 능력이 정점에 달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관객들은 그레이스 켈리가 연기한 매력적인 캐릭터 '리사'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올곧지 못하지만 왠지 응원을 하게 되는 '제프'를 두고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제프'가 바라보는 여러 이웃들의 삶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미스테리 스릴러를 필두로 삼았지만 이러한 일상적인 요소들이 [이창]이라는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까닭일 것이다. [이창]은 결코 가볍지 않은 유머와 뛰어난 완급 조절로 스크린 너머 세상을 수십 년째 간파하고 있다. 아마 인간의 생활 방식이 줄곧 바뀌지 않는 한 이 작품은 꾸준히 저마다의 무의식 속에서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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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2

    1. 나비

      stakra님과 히치콕이라니 정말이지 기가 막힌 조합입니다

      저도 이창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사실 그레이스 켈리의 미모를 감상하기 위해 본 영화긴 하지만ㅋㅋㅋㅋ 본문 말씀처럼 히치콕의 천재성이 빛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옵니다.. 이후로도 수많은 일상계 미스테리(?) 영화나 소설들이 나왔지만 이창처럼 정확하고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은 손에 꼽을 만한 것 같아요
      '남의 집을 훔쳐본다'는 행위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범죄니까.. 그런 면에서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해 아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ㅋㅋㅋ 히치콕의 무시무시한 통찰력이 기분나쁘기도 하네요ㅎ.ㅎ ​
      카메라가 망원경(?) 시점으로 찍을 때... 저도 왠지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나고요..><

      '여러 이웃들의 삶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stakra님 말씀이 너무나 좋네요
      저도 이 말씀을 유의하며... 이번 주말에는 이창을 다시 보려고 하옵니다... 도대체 제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요ㅋㅋㅋ

      혹시 히치콕의 현기증 리뷰해주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stakra님의 이 영화에 대한 견해를 정말 듣고 싶어요ㅋㅋㅋ 궁금합니다
      날이 많이 더워졌네요 올 여름 시원하게 보내시고 늘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21.06.11 20:42 edit/del reply
      • BlogIcon stakra

        나비님!! 턱없이 부족한 감상평에 고견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그레이스 켈리 너무 아름답죠.... 저는 다이얼 M을 돌려라의 압도적인 연기를 좋아하지만 이창에서 다양한 드레스를 소화하는 모습이 아마 최고의 순간이지 않을까 싶어요 흙흙...

        사실 이창은 처음 봤을 때 워낙 히치콕뽕(?)에 차올라 있었을 때라 초반이 조금 루즈하지 않나 단정짓고는 했는데 어째 보면 볼수록 더 와닿는 작품인 것 같아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범죄'라는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네요... 사람 심리 건드리는 솜씨가 너무 지독하고 날카로워서 깊이 빠져들다가도 질리게 만드는 감독인 듯해요 (~‾▽‾)~

        나비님이랑 히치콕 이야기를 나눌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재밌네요!! 현기증 저도 참 애정하는 작품이지만 한동안 너무 음침한 영화만 본 것 같아서 당분간 쉴 참이었어요 ㅋㅋㅋㅋㅋ 그래도 언젠가 꼭 현기증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복잡한 영화라 벌써부터 산만한 글이 될 거 같아요... ㅋㅎㅋㅎ) 나비님도 무더위 조심하시고 늘 건강 유념하세요~~ (^_<)

        2021.06.11 21:20 신고 edit/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