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커 (2013)] Review
  • 2021. 6. 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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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래보다 과묵한 성격인 '인디아 스토커'는 자신의 18번째 생일날 아버지 '리처드'를 잃는 불의의 사고를 겪는다. 집 안에 슬픔이 맴도는 사이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 스토커'가 방문한다. 사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이블린'은 '찰리'에게 당분간 집에 머물러달라고 부탁하지만 '인디아'는 이 모든 상황이 꺼림칙하기만 하다. '찰리'가 찾아오고 나서부터 '스토커' 집 안의 사람들이 어느새 사라지기 시작한다. '인디아'와 잘 어울렸던 가정부 할머니, 조문하러 온 고모할머니, 심지어 '인디아'의 고등학교 친구마저 자취를 감추자 '인디아'는 의문의 손님 '찰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입문작 [스토커 (Stoker, 2013)]는 시종일관 색채를 잃지 않으며 관객들의 숨통을 막히도록 하는 매혹의 스릴러 영화다. 삼촌과 조카의 미묘한 관계, 주인공을 둘러싼 연이은 사건 등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의혹의 그림자]에서 적극적인 모티브를 따온 듯한 [스토커]는 때로는 아름다우면서도 때로는 잔혹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고유의 매력을 더한다.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이미 [올드보이]나 [박쥐] 등 자극적이고 어두운 세계를 본인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구현한 바가 있어 누군가한테는 이 영화가 다소 평이해보일 수도 있으나 [스토커]는 미국으로 건너간 어느 아시아 감독이 새로운 환경과 부딪히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원천으로 돌아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 속 서사가 마치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과 같이 일종의 영웅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죽음, 삼촌의 등장, 삼촌과 어머니의 의심스러운 교류 등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런 전형적인 영웅담의 주체가 자그마치 살의 본능을 지닌 사이코패스 소녀라는 점 하나만으로 [스토커]라는 작품은 여타 다른 스릴러보다도 특별함을 내뿜는다. 관객들은 이 영화가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인지하지만 어느덧 그 부조리한 세계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인물의 어지러운 심리를 대변하는 듯한 끊임없는 교차 편집, 잔혹한 장면마저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 등 감독의 유미적인 시선은 간결한 영화를 더욱 빛나게끔 한다. [스토커]는 색깔이나 소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상징을 가지고 있어 보는 이들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단 영화가 보여주는 어여쁜 세계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애초에 감독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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