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저리 (1990)] Review
  • 2021. 6. 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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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폴 셸던'은 연작 소설 '미저리'로 큰 인기를 얻었으나 등단 때부터 순수 문학에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숙원 끝에 '미저리'를 마치고 새로운 원고를 완성하지만 출판사로 운전하던 중 거친 눈보라를 만난다. 자신의 열렬한 팬인 '애니 윌크스'의 기적적인 구조 덕에 목숨을 건진 '폴'은 당분간 '애니'의 집에서 간호를 받기로 한다. '애니' 역시 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지극정성 보살피지만 이내 '폴'이 '미저리'를 끝내려던 사실을 알고 격분한다. 분노를 조절할 수 없는 불 같은 성격의 '애니'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협하며 '미저리'를 되살리는 소설을 쓰라고 협박한다. 그렇게 설원 속에서 둘만의 공포스러운 소설 집필이 시작된다.

     

      스티븐 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저리 (Misery, 1990)]는 다분히 히치콕 스타일의 실내 스릴러를 표방하면서 작가 특유의 공포심 유발을 갖추고 있다. 스티븐 킹의 호러는 겉으로 봤을 때 특수한 설정을 가진 듯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주변에서 쉽게 느낄 법한 보편적인 정서를 내품고 있다. '끝없는 심연'을 소재로 한 [미스트]에서는 여러 인간 군상을 담아냈으며 '살인마 광대'를 전면에 내세운 [그것] 역시 어린 시절 누구나 가졌던 결함이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일종의 성장담 형식이다. [미저리] 또한 침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소설 작가, 그릇된 동경심을 간직한 팬 등 남다른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이야기 너머 현실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다만 소설을 각색한 롭 라이너 감독의 경우에는 특별한 이야기 외에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요인을 충분히 펼쳐냈는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순수함과 광기를 오가는 캐시 베이츠의 연기는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만큼 분명한 열연이지만 이 인물이 광기를 드러낸 이후 영화는 겉으로만 보이는 자극을 강요하기에 이 뛰어난 연기가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왜곡되기도 한다. 원작 작가의 이전 작품에서도 알 수 있는 염세적 시선과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어느 인물의 퇴장 역시 일차원적으로 처리된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미저리]는 관객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서스펜스와 공포심을 자극하는 스릴의 공존이 꽤나 조화롭다. 개봉 직후 어마어마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듯이 '애니 윌크스'가 활약하는 순간에는 지금 봐도 등골이 찌릿찌릿할 정도다. 분명 스티븐 킹은 장르 소설 작가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겪었던 경험담을 극단적인 예로 표현했겠지만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독자 혹은 관객 역시 창작자가 보여주고자 했던 공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렇기에 할리우드가 제일 사랑하는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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