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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GQ)

 

사카모토 류이치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 일어났어요. 평범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반핵 정서를 이야기했죠. 일본은 70년대 초반 이후 지난 40년 동안 사회 운동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드문 경우예요.

GQ : 반핵 운동 말씀인가요?
  방사능뿐만 아니라 어떤 사회 운동이든지요.

그런 일이 일본에서 명백히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네, 아주 큰 차이예요. 한국 사람들이 보통 그렇지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한국인들은 시위를 통해 대통령을 탄핵시켰죠?
  네, 그들은 자신의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어요. 미국인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코다]의 시작은 본인에 중점을 두는 것보다도 더 정치적인 내용에서 비롯된 거였나요?
  네, 예술이나 음악보다 더욱 정치적인 시작이었어요.

그러다 촬영 도중에 암 진단을 받은 거였고요.
  네, 몇 년 지나고 나서였죠.

더 이상 다큐멘터리를 중단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나요?
  물론 감안했죠. 실은 쉬블 감독이 촬영 중단을 제안했어요.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제가 그를 만류했죠. 이제 저 사람은 자신의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얻겠구나 스스로 생각하면서요. (웃음)

그래서 영화는 보셨나요?
  네, 많이 봤어요.

마음에 들었나요?
  글쎄요, 객관적일 수가 없어요. 비평적인 태도가 되기 힘들죠. 저는 스크린 속 제 얼굴을 보기가 무척 부끄러워요. 그래도 영화는 수없이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다루고 있어요. 그런데도 너무 길지 않죠. 제가 영화를 볼 때마다 너무 긴 다큐멘터리가 많았거든요. 쉽게 잠이 들곤 해요.

[코다]를 보러 갔을 땐 당신을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해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로 시작하고 async로 끝나는 작품이라고 짐작했어요. 그런데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르더군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감독이 편집에 많은 시간을 들였죠. 마음에 들어요. 연대 순이 아니잖아요.

흥미로운 병렬이 많았아요. 9/11 테러와 3/11 대지진 사이의 암시적인 평행 이론도 있었고요.
  일본인들한테 3/11은 9/11과 비슷해요. 3/11은 자연 재해이고 원인이 아예 다르긴 했으나 피해 규모는 비슷했죠. 9/11은 인위적 재해였고 아주 강한 반자본주의 정서에서 비롯되었어요. 3/11이 동일한 정서는 아니었지만 자연은 인류 문명과 쌍벽을 이루는  강한 상징이죠. 제가 봤을 땐 약간이라도 유사점이 있는 것 같아요.

9/11은 그동안 미국이 얼마나 끔찍한 짓들을 저질렀는지 일깨우치는 사건이었어요. 아마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같은 지점에서 3/11은 일본인들한테 비슷한 감정을 일으켰고 9/11과 비슷하게 원자력에 대한 논쟁을 가져다주었죠. 극적인 모순이 명확히 드러나요.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3/11 대지진은 폭이 더욱 넓죠. 인류 문명과 자연 사이에는 아주 심오한 긴장감이 맴돌아요. 또는 현대 기술과 자연일 수도 있겠고요. 그러니 정치적인 테러보다도 방대한 의미를 지녔죠.

[코다]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에 대해 이야기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동안 인간이 피아노의 틀을 잡았다 이야기하던 대목요. 음악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11 때 자연과 인간의 상징이 저한테는 자연스럽게 자연과 음악 사이의 관계로 이어지더군요. 평행적인 관계가 있어요. 음악은 원자력 발전소와 비슷하죠. (웃음) 어떻게 본다면 사실이에요! 음악은 완전히 인공적이잖아요. 자연의 물질을 일부분 사용하죠. 피아노는 철과 목재의 조합이에요. 원자력 역시 자연의 물질을 사용하지만 인간에 의해 제조되었고 비자연적인 물질을 만들어내죠.

자연을 남용한다는 말씀이죠? 음악을 작곡하는 건 자연을 남용하는 행위일까요, 아니면 몇 곡의 음악들이 자연을 남용하는 것뿐일까요?
  도쿄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서 쓰나미 피아노를 들여다보고 생각해본 이후로 매일 다른 피아노들을 바라봐요. 자연을 남용한 도구라서 고통을 느낍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래요. 다 자연의 남용이죠. 피아노는 현대 서양 음악의 상징인 셈이고요. 그래도 저는 저만의 사운드나 저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선율, 화성, 구조 어떤 방식으로든지요. 그게 진정한 열망이죠. 모순되는 행동이지만 그를 통해 살아남고 싶어요.

 

[개들의 섬]을 두고 "일본스러움의 잘못된 이해"라고 쓰신 글을 읽었어요.
  영화는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미학적인 특징은 아주 완벽하죠. 재밌게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요. 그러나 일본인으로서, 그러니까 저로서는 같은 것들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했어요. 고전 할리우드 영화들을 보면 일본, 중국, 한국, 베트남의 뒤섞인 이미지를 언제나 사용하죠. 아시아 사람들의 잘못된 선입견이에요. 그러니 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일반적으로 미국 예술이 일본에 행하는 오해는 무엇이 있을까요?
  일본 사람들은 언제나 미국인과 미국 문화, 서양 문화를 바라보고 관찰했어요. 미국인들이 일본과 아시아의 문화를 보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요. 대칭적인 개념은 아니에요. 미국인들이 봤을 때 베트남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제 친구가 젊었을 때 텍사스 남부를 여행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미국인 농부를 만났대요. 그는 농부에게 자신이 파리에서 왔다고 소개했죠. 프랑스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농부는 자동적으로 그 친구가 텍사스 주에 있는 파리 출신이라고 믿었어요. "아뇨, 프랑스에 있는 파리요." 농부는 그 말을 믿을 수도 없었고 그게 어디인지도 몰랐었죠.

몇 년 전에 유튜브에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를 발견했어요. 미국의 팝 음악과 힙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더군요. 그런데 수많은 미국인들이 YMO에 대해서 잘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이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아뇨. 최근 수많은 젊은 친구들이 YMO를 발견하고는 하죠. 그런데 괜찮아요. 신경 쓰지도 않아요. 일찍이 YMO는 미국보다도 유럽이나 영국에서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일본에서는 분명히 아주 큰 인기였고요. 그래서 그 차이가 왜 그렇게 많이 벌어져 있는지... 모르겠네요. 참 이상해요.

미국인들은 미국 것만 좋아하는 개념이죠.
  맞아요. 나라가 아주 넓잖아요.

수많은 K-Pop과 J-Pop이 YMO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그 연결점이 지워졌거나 잊힌 것 같아요.
  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정말 염려하지는 않으세요?
  네, 전혀요.

당신의 유산인데도요?
  아예 신경쓰지 않아요.

진심이에요? 전혀?
  흥미 없어요. 털 끝 하나는 있겠죠.

계속 유산에 대해 물어보는 이유는 음악이 백인과 흑인의 영향을 받은 곳에서는 항상 이런 종류의 대화를 듣기 때문이에요. 아시아 음악이 주류는 아니지만 아시아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음악에 기여를 했죠. 사람들이 그런 영향을 모를 때마다 다들 그저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들더라고요.
  동서양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 사이에는 여전히 우선 순위가 존재하죠. "요즘 일본 음악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당신은 일본 음악을 하고 있죠?" 같은 질문을 받고는 했어요. 아뇨. 저는 지금 당장의 일본 대중 음악에 속해 있지 않아요. 그럴 때마다 분노가 솟구쳐요. 감정적인 상태가 되죠. 저는 일본 문화나 일본의 대사가 아니에요.

네, 인생의 절반을 뉴욕에서 지내셨죠.
  늘 그 말을 했지만 이해는 합니다. 수십 년 동안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 출신의 예술인이 많지 않았거든요. 5세기 동안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이 세계를 지배했으니 불가능에 가까울 테죠. 저는 아주 드문 경우 중 하나예요. 그래서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도 성가신 건 마찬가지예요. 저는 단지 개인적인 아티스트이니까요.

일본을 대표하는 분이 아니군요.
  전혀 아니에요. 부탁드립니다. 왜 저를 두고 일본의 예술인이라든가 일본의 작곡가, 일본의 피아니스트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심지어 저는 피아니스트도 아닌걸요. 정보 부족 아니면 지식 부족이죠. 어쩌면 소통의 부재일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천천히 좀 더 나아지고 있어요. 아주 천천히요.

대중 음악은 여전히 듣고 있나요?
아뇨, 대중 음악은 잘 듣지 않아요. 더 실험적인 음악을 좋아하죠. 기이하거나 얼터너티브이거나... 앰비언트 음악요.

그래서 지금은 대중 음악이 지루하신가요?
(웃음) 네.

 

COMMENT
2

  1. BlogIcon 화이트퀸

    async 앨범 제일 좋아하는데 인터뷰가 정말 재밌어요.
    사놓고 아직 펼쳐보지도 않은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책이 생각나고요 ㅜㅜ
    오래 건강하셨으면..

    2021.07.21 12:31 신고 edit/del reply
    • BlogIcon stakra

      이분만의 남다른 시선이 담긴 인터뷰였죠! 아무래도 저는 한국이나 대중 음악을 이야기한 대목에서 눈길이 더 갔네요 😂😂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는 한 번 펼치면 멈추실 수 없을 겁니다… (;;;*_*)

      2021.07.21 12:53 신고 edit/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