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지아치노 A to Z
  • 2021. 7. 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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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웬만하면 집에서 영화를 보는 시대지만 한창 극장에서 개봉작들을 챙겨보았을 때 이 사람의 음악을 들으면서 가슴 설렌 적이 많았다. 윗세대라면 [스타 워즈]나 [인디아나 존스]의 존 윌리엄스로 거슬러갈 테고 웅장한 사운드를 선호한다면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다크 나이트]의 한스 짐머를 떠오를 텐데 내가 생각하는 현시대 가장 할리우드적인 음악 감독은 마이클 지아치노이다.

      비디오 게임 사운드트랙으로 경력을 시작한 지아치노는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간택을 받아 [미션 임파서블], [스타 트렉], [업], [혹성탈출], [조조 래빗] 등의 음악을 담당한다. 왠지 존 윌리엄스와 평행 이론을 공유하는 듯한 마이클 지아치노는 박진감 넘치는 멜로디와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관객들의 청각 역시 만족시켰다. 뉴저지 출신 음악인이 어떻게 명실상부 할리우드 최고의 음악 감독으로 우뚝섰는지 대표작 10곡을 살펴보겠다.

     

    The Glory Days

     

     

      픽사의 유쾌발랄한 슈퍼히어로물 [인크레더블]의 테마곡. 알다시피 이 작품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철지난 히어로라는 재치 있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와 같이 음악도 60년대 배트맨 시리즈나 고전 007 시리즈 등을 연상시키는 영리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지아치노는 [인크레더블]을 계기로 본격 이름을 알리며 이후 [라따뚜이], [업],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 [코코] 등 다양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에 참여한다.

     

    Schifrin And Variations

     

     

      [앨리어스], [로스트] 등 마이클 지아치노는 J.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TV 시리즈의 음악을 줄곧 맡았기에 그의 영화 데뷔작 역시 자연스럽게 음악 감독 자리를 책임진다. 더군다나 에이브럼스가 연출하게 된 작품은 [미션 임파서블 3]였고 지아치노가 빼든 방식은 누구나 알 만한 상징적인 음악을 어떻게 자신의 손길로 재해석하느냐였다. 대니 엘프먼의 신경질적인 선율과 한스 짐머의 록 스타일 편곡과 달리 지아치노가 택한 건 정통파였으며 그 선택은 완전히 통한 듯 싶다.

     

    Ratatouille Main Theme

     

     

      이전까지 마이클 지아치노의 음악들이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이었다면 브래드 버드 감독의 [라따뚜이]를 만나 한 걸음 음악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프랑스 파리의 고급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사운드트랙 역시 철저한 유러피안 재즈로 이루어져 있으며 격렬할 땐 격렬하고 서정적일 땐 서정적인 정석의 사운드트랙을 들려준다. [라따뚜이]는 지아치노가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의 문을 두드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Married Life

     

     

      지아치노가 비로소 오스카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은 디즈니 픽사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업]이다. 어느 소심한 소년이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집도 꾸미며 미래를 꿈꾸다가 이별의 슬픔을 겪는 과정을 단 4분으로 그려낸 마법 같은 음악이다. 이 시퀀스가 지닌 힘 자체가 어마어마하지만 그곳에는 지아치노의 공도 제법 크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다양한 템포의 왈츠로 표현하며 온전히 감정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감탄을 그칠 수 없다.

     

    Super 8 Suite

     

     

      스필버그의 숨결이 녹아 있으면서 영화 자체를 향한 애정이 지극한 J.J. 에이브럼스의 걸작 [슈퍼 에이트]의 음악 역시 마이클 지아치노가 담당하였다. 마치 50년대 SF 미스테리를 떠올리는 듯한 음산한 현악 연주가 지나가면 그 어떤 SF 사운드트랙들보다도 사랑스러운 선율이 기다리고 있다. 스필버그한테 존 윌리엄스가 있듯이 쌍제이한테는 마이클 지아치노가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하여 다시금 확인하였다.

     

    Star Trek Main Theme

     

     

      한때 J.J. 에이브럼스가 할리우드 최고의 심폐소생기로 여겨지던 나날이 있었다. 지금은 [스타 워즈] 시퀄 3부작으로 인해 명예가 실추되었지만 여전히 에이브럼스는 주목할 만한 영화인이라고 생각한다. 쌍제이가 [스타 워즈]를 맡기 전, 인기 TV 시리즈 [스타 트렉]을 성공적으로 영화화하여 장르 팬들을 감탄시킨 전적이 있었는데 마이클 지아치노의 사운드트랙 역시 잊혀간 스페이스 오페라를 불 지피는 데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다. 이 테마를 들으면 당장이라도 엔터프라이즈 호에 올라타야 될 것만 같다.

     

    Yorktown Theme

     

     

      결국 쌍제이는 본격적인 덕질을 위해 옆동네로 가버리고 [분노의 질주]의 저스틴 린이 [스타 트렉 : 비욘드]의 메카폰을 잡았지만 우려했던 것도 저 너머로 시리즈의 팬들은 신작에 더욱 열광하였다. 원작이 이야기하던 평화, 화합, 가족애 등을 중요시하며 21세기 [스타 트렉]의 의미를 되살폈다. 비록 쌍제이는 제작으로 물러났지만 지아치노가 3부에 유지되어 우주 모험극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희망차고 웅장한 테마를 어김없이 장식하였다.

     

    The Master of the Mystic End Credits

     

     

      이처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담당하며 기본 이상을 보여준 마이클 지아치노이지만 새롭게 귀를 탁 트이게 만든 작품은 마블의 SF 호러 [닥터 스트레인지]였다. 주인공이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한다는 뒷설정대로 지아치노 또한 그야말로 난데없이 사이키델릭 뮤직을 선사하였는데 그 결과물은 그동안 MCU 솔로 영화들이 내놓았던 무던한 음악과는 전혀 다른 성취였다. 마침 애비 로드 스튜디오 녹음 현장에 들렀던 폴 매카트니가 음악을 듣고 나서 'I Am The Walrus'가 떠오른다고 말한 재밌는 일화가 있다.

     

    Confrontation on Eadu

     

     

      그간 많은 이들이 존 윌리엄스와 마이클 지아치노의 연관성을 주목했는데 마침내 [로그 원 : 스타 워즈 스토리]를 통해 [스타 워즈] 시리즈까지 손을 뻗는 행보를 보인다. 원래 가렛 에드워즈의 전작 [고질라]에 참여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음악 감독으로 내정되었지만 재촬영 등 스케줄로 인해 지아치노가 4주만에 스코어를 완성하는 극한의 마감 인생을 선보였다. 바쁜 작업이었음에도 괜찮은 곡들이 많지만 그중 Imperial March를 무시무시한 진혼곡으로 탈바꿈시킨 Hope는 꼭 들어봐야 한다.

     

    Assault of the Earth

     

     

      지금 돌이켜보면 2016년의 마이클 지아치노는 흡사 신이라도 들린 듯 뜻 깊었던 한 해이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 이듬해에는 더욱 놀라운 성과를 보였는데 다름 아닌 [혹성탈출 : 종의 전쟁]이다. 전작 [반격의 서막]에서도 사운드트랙을 담당했지만 마지막 편의 음악은 한결 웅장하고 서사적인 선율을 들려준다. 유인원을 주인공 삼아 셰익스피어 비극을 재현했다는 평을 받았듯이 그 음악 역시 고결하고 비장한 정서를 갖추었다. 이후 팬데믹 탓에 [조조 래빗] 말고는 두드러지는 신작을 즐길 수 없었지만 곧 개봉을 앞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과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 3부작의 마지막인 [쥬라기 월드 : 도미넌트]를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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