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안 F (1981)] Review
  • 2021. 11.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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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빗 보위를 동경하는 평범한 소녀 '크리스티안 펠셰리노프'는 매번 되풀이되는 지루한 일상에 벗어나고자 같은 반 친구인 '케시'와 독일 최고의 디스코 클럽 '사운드'에 방문한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일탈에 '크리스티안'은 활기를 찾으며 또래의 클럽 무리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그중 '데틀레프'라는 소년이 자꾸 눈에 밟히는 '크리스티안'은 '데틀레프'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대마초, 헤로인 등 마약에 손을 대려고 한다. 약물 중독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된 '크리스티안'은 더욱 강력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반호프 주의 뒷골목을 헤맨다.

     

      1977년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영화로 각색한 [크리스티안 F (Christiane F. – Wir Kinder vom Bahnhof Zoo, 1981)]는 당시 독일 영화로서는 드물게도 개봉 직후 세계적인 파급을 일으킨 작품이다. 데이빗 보위의 직접적인 참여와 10대 약물 중독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는 독일 관객들은 물론 해외 관객들의 관심까지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지만 [크리스티안 F]를 단순히 선정적인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놓치는 미덕이 너무나도 많다.

     

      실제 인물들과 비슷한 나이의 배우들은 이전까지 연기 경험이 아예 없는 학생들에 불과했으며 제작자들은 일반 청소년들을 영화에 섭외함으로써 관객들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고 인물의 상황에 아파할 수 있도록 유려한 선택을 보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고 신인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언뜻 사회 고발형 다큐멘터리 같은 착시 효과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실제 사건을 극 영화로 엮어내기 위해서 어떻게 서사를 풀어나갈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크리스티안'이라는 극중 인물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친자매와 떨어져 사는 삶을 살아야 했고 엄마라는 인물은 딸의 심정을 헤아릴 새도 없이 애인을 집안에 들여왔기 때문에 주인공은 하루 빨리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크리스티안'이 반호프 주에 잠식되어가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졌을 때즈음 영화는 어느새 '크리스티안'만이 아닌 반호프 주의 아이들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하여 비단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교묘히 주장하기도 한다.

     

      [크리스티안 F]가 더욱 신비로운 존재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다름 아닌 데이빗 보위의 존재다. 실제 크리스티안 펠셰리노프 역시 데이빗 보위의 독일 콘서트장에서 헤로인을 처음 접하였고 보위 또한 한동안 약물 중독 탓에 곤욕을 치렀기 때문에 영화 [크리스티안 F] 제작에 기꺼이 참여하는 드문 행보를 보였다. 영화에서 내내 울려퍼지는 사운드트랙은 전부 데이빗 보위의 기존 음악들로 채워져 있으며 10대 인물의 부푼 마음을 담아낼 때나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암울한 상황 등 각각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음악을 듣고만 있으면 어째 [크리스티안 F]를 위해 만들어진 스코어 같다는 진기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보위가 1977년의 독일 콘서트를 직접 재현하는 라이브 장면은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에서 보여준 모습과 버금가는 압도감을 내뿜는다.

     

      비록 세월이 흘러 이 작품이 컬트 클래식으로 남았다고 하더라도 [크리스티안 F]는 언제나 적지 않은 영화 팬들에게 기묘한 손짓을 내두르고 있을 것이다. 1970년대 독일 베를린의 음울한 뒷골목이나 늦은 밤 텅 빈 쇼핑 센터를 휘저어대는 비행 청소년들 등 영화는 얼핏 보면 낭만적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도입부 '크리스티안'의 대사와도 같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줄지어져 있다. 바로 그런 면면이 [크리스티안 F]라는 작품의 기이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COMMENT
    2

    1. BlogIcon 화이트퀸

      앗! 이 영화 못 봤는데 구할 수 있으면 보고 싶네요 @@

      2021.12.02 16:25 신고 edit/del reply
      • BlogIcon stakra

        보위 아저씨는 한 10분 정도 나오지만 존재감은 어마어마했습니다... 해외에는 블루레이까지 나왔는데 국내 인지도가 0에 가까워서 슬퍼요 크흐흙

        2021.12.02 17:46 신고 edit/del